공지사항

전시안내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 (2025.5.29–7.26)

  • 등록일 :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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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안내


전시기간│2025 5 29 – 726

 

참여작가│고등어, 곤도 유카코, 써니킴, 박광수, 박종호, 안지산, 양유연, 이동혁, 이재석, 임노식, 정수진 ( 11)

 

    소│서울특별시 강남구 영동대로 714 하이트진로빌딩 B1, 2F 하이트컬렉션

 

    최│하이트문화재단

 

관 람 료│무료

 

관람시간│화요일-토요일, 12 - 6pm (*공휴일 및 매주 일요일 - 월요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06075)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714 하이트진로빌딩 B1, 2F

 

주최하이트문화재단

 

 






기획의도


하이트컬렉션은 2025년 상반기 기획전으로 11인의 동시대 화가들이 참여하는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1세기 회화 담론 속에서도 여전히 형상을 재현적인 것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 질문을 던지며, 형상을 감각의 생성 조건이자 회화가 감각을 작동시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제시한다.

참여 작가들은 형상을 단지 인물이나 사물의 외형으로 그리지 않는다. 형상은 이들에게 있어서 분열된 기억의 단서, 내면 심리의 투영, 언어와 신체가 교차하는 경계, 사물화된 감정의 기호로 작용한다. 작품 속의 형상은 서사를 완성하기보다는 감각을 구성하고 불안을 호출하는 하나의 구조이자 사건이다.

이 전시는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라어떻게 그리는가에 주목한다. 회화의 형상은 모사적 재현의 틀로 이해하기 쉽지만, 이 전시는 회화의 형상이 세계를 재현하기 보다는 언어적 의미나 기호로 환원되지 않는 감각의 리듬을 전달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 형상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감각이 발생하는 사건의 장이자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진동하는 시각적 힘이다.

《형상은 예외가 아닌 규칙》은회화에서 형상은 언제나 기본적인 것임을 표방하되, 형상을 구상/추상의 이분법 속에 가두지 않는다. 형상은 추상적 선과 면 속에서도, 촉각적 흔적과 감각적 리듬 속에서도 출현한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형상을 탐색하며, 때로는 정신분석학적 차원의 강박에서, 때로는 인식과 사고를 시각화하기 위한 구조로 형상을 활용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형상을 외형의 표상에서 벗어나 회화의 감각을 작동시키는 방식이자,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지각의 역량으로 새롭게 조명한다. 회화는 언제나 형상에 도달하며, 그것을 통과한다. 형상은 회화에서 예외가 아닌 규칙이다. 

 

참여작가 소개

 

■ 고등어

고등어(1984-)는 연필 드로잉을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해, 최근 몇 년간 회화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에게 드로잉이 몸을 웅크린 채 밀도를 구축해가는 내면적 기록이라면, 회화는 물질과 색채, 스케일을 통해 신체성과 감각을 전면에 호출하는 매체다. 드로잉이 언어적 사유에 가까운 사건의 표기라면, 회화는 이미지의 서사를 통해 감각적 질서를 구성한다. 작가는 특히 시스템에 의해 구성된 개인의 신체 서사에 주목한다. 언어적 설명이 결여된 채 떠오르는 신체 이미지들은 관객의 인식에 따라 유동적으로 의미화되며, 작가는 이러한 해석의 불확정성을 전략적으로 끌어안는다. 최근에는 서양 미술사의 도상, 문학 속 인물, 일상과 미디어로부터 포착한 감각들을 회화의 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모호한 이미지와 기묘한 서사가 얽힌 화면을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결국, 현대 사회가 개인의 신체에 가하는 비가시적 폭력과 억압, 그리고 존재론적 고립의 정동을 탐색한다. 고등어의 회화는 이러한 억압적 질서를 감지하고 교란하는, 관계적이고 심리적인 저항의 형식으로 작동한다.

 

■ 곤도 유카코

곤도 유카코(1973-)는 오사카 출신으로, 한국인과의 결혼을 계기로 한국의 가족문화와 관습에 접속하게 되었다. 이 문화적 이식은 그의 회화 전반에 전환점을 제공하였고, 작가는 한국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롱, 밥상, 이불, 장식장과 같은 가구와 사물들, 가족 구성원의 개인 소지품을 화면에 고요하게 배치한다. 이 정물들은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설명하는 시간과 감정, 기억의 층위가 스며든 상징적 단서로 기능한다. 작가는 한국 민화 특유의 평면성과 장식성, 그리고 네덜란드 바니타스 정물화의 상징 체계와 회화적 깊이를 교차시킨다. 그는 두 양식을 절묘하게 끌어와, 삶의 무상함과 일상의 정적 리듬, 그리고 정서적 균열을 동시에 표현한다. 화면 속 사물을 통해서 우리는 그것이 실제 누군가의 방이자 가족의 시간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감지하게 되지만, 그 방의 주인은 언제나 부재해 있다. 침묵 속의 정물은 이내 어떤 공백의 감정을 증폭시키며, 관람자의 감정적 개입을 유도한다. 곤도 유카코는 주로 합판 위에 면천을 씌우고,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전통 유화나 템페라화에서 사용되던 글레이징 기법을 응용하여, 밝은 부분은 흰색으로 미리 구축한 뒤, 투명한 색을 여러 겹 덧칠함으로써 독특한 명암과 깊이를 부여한다. 이 과정은 회화가 단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사물과 기억, 그리고 문화 사이에 가라앉은 감정의 표면을 더듬는 섬세한 해석임을 드러낸다.

 

■ 박광수

박광수(1984-)는 최근 작업에서 과감하고 강렬한 색채를 동원해 화면 전체를 장악한다. 이전까지 흑백의 농담 속에서 풍경과 인물을 풀어내던 그는, 이제 눈을 압도하는 붉은색과 깊은 녹색, 푸른색으로 숲을 구축하고, 화면을 뒤덮는다. 그가 반복해 그리는 숲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작가가 성장한 강원도 철원의 기억과 결합된 정신적 공간이다. 이 숲은 길을 잃거나 어떤 진실에 접근하려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심리적 무대이며, 환상과 현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지형이다. 근작에 자주 등장하는도마(Thomas)’는 예수의 의심 많은 제자라는 출처를 넘어, 작가가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회의하는 인간의 표상이다. 도마는 손으로 직접 만지고 확인해야 믿는 인물이며, 작가는 이 도마를 흙을 파고, 무언가를 짓고, 사라진 흔적을 더듬는 사람으로 형상화한다. 여기서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믿음과 의심, 그리고 예술적 실천의 출발점이다. , 도마는 의심 많은 자이자 손으로 확인하려는 자로서, 박광수가 지닌만드는 자로서의 자기 인식과 예술에 대한 신념을 상징한다. 그는 직접 제작한 스틱형 붓으로 선의 굵기와 압력을 조절하며, 풍경과 인물,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지워낸다. 화면은 명확한 중심 없이 뒤얽히지만, 작가는 불확실한 그 경계 속에서 고통과 노동, 기다림과 감내 같은 인간적 감정을 부상시키고 있다.

 

■ 박종호

박종호(1972-)의 회화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년이라는 상징적 인물이 있다. 초기에는 작가의 유년기 트라우마와 감정을 담는 존재였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서는 우울한 유년기를 겪은 한 소년의 시선과 그 시절을 돌아보는 어른의 시선이 교차하며 서사를 이루기도 한다. 그러나 근작들을 통해서 감지되는 변화는, 그의 소년이 점차 어떤 세계에도 적응하며 나아가는 인간의 유연함과 가능성을 상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종호의 회화 속 인물들은 종종 비극적 상황을 짊어진 자들이지만, 작가는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견디는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느끼며, 그들의 희미한 표정과 몸짓에서 삶의 숭고함을 발견하고자 한다. 박종호는 자신의 회화가 하나의 고정된 화풍으로 수렴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표현주의를 단순한 양식이나 취향의 문제로 사용하는 태도와는 다르며, 작품은 작가의 당시 정신적·신체적 상태에 따라 고요하거나 격렬하게 요동친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정과 동의 두 가지 흐름으로 구분하며, 그 표현은 언제나 실존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 써니킴

써니킴(1969-)은 기억의 부재, 상실, 불안의 감각을 회화로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실재하지 않는 장소, 체험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상상적 투사에서 출발한다. 최근작들에서 작가는 인물을 삭제하고 풍경을 전면화하며 새로운 감각적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풍경들은 실재하는 장소라기보다는 시간의 잔향이 부유하는, 감응 가능한 이미지의 공간이다. 특히 그의 회화에서 전경을 가로지르는 폴(pole)과 흘러내리는 물감 자국은 단순한 묘사적 요소가 아니라 회화의 감각적 접면이자 내면으로 들어가는 통로로 작동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폴로 인하여 풍경 속 화면은 더 이상 거리감 있는 배경이 아니라 현실 공간과 조우하는 지각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풍경을 단지 관조의 대상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잔존하는 감각의 진동, 정서의 밀도, 사라진 존재의 흔적을 호출한다. 특히 화면 위로 흘러내린 물감은 시간의 누적을 암시하며, 그 붓질의 흔적은 회화가 기억과 감정의 표면이자 매질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 안지산

안지산(1979-)의 회화는 콜라주에서 출발한다. 그는 활동 초기부터 직접 제작한 사진 콜라주, 미니어처, 임시 세트를 통해 미장센을 먼저 구성하고, 이를 다시 두터운 물감과 거친 붓질로 캔버스에 옮긴다. 이 과정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이미지가 현실에서 떨어져 나와 회화로 이행되는 하나의 심리적·물질적 통로로 작동한다. 특히 초기작인 <처벌> 연작(2010–2012)은 작가의 유년기 트라우마와 한국 현대사의 집단 기억, 정치적 폭력의 흔적을 결합한 콜라주-회화 작업이다. 이 작업들에서 콜라주라는 방식은 단지 조형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폭력적인 외부 세계로부터 수집된 파편을 분해하고 다시 조합하는 행위다. 그리고 콜라주를 회화로 이행시키면서 작가는 물감의 물성과 거친 붓질을 통해서 또 한 번 불안과 긴장을 증폭시킨 것이다.

 

■ 양유연

양유연(1985-)은 집단과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고독이나 복잡한 감정을 환상적 요소를 가미하여 이미지로 표현하거나, 동시대적으로 벌어지는 정치사회적 문제, 그리고 작가의 일상에서 목격하는 인물들, 사건의 파편, 상흔 등을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그의 회화는 일상을 통과해 스며드는 불안의 정서를 조용히 붙든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명확하게 정의되거나 해명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라, 오히려 존재와 인식 사이의 틈, 불안정한 감정이 머무는 자리다. 그의 작업은 사회 속 개인이 겪는 균열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은 폭력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를 향하고 있다. 그의 회화는 빛과 어둠, 명확함과 모호함 사이의 긴장 속에서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정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 이동혁

이동혁(1985-)은 한때 황량하게 방치된 폐교회 등 폐허가 된 신앙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형체 없는 존재와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감각을 회화로 옮겨왔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도상은 초현실적 풍경 속 신화적 존재이거나, 지형과 뒤섞인 형상처럼 보인다. 이는 불안과 두려움, 억압과 뒤틀림의 정서를 자극하며 관람자를 명확하지 않은 인식의 상태로 이끈다. 작가는 현재 불가지론자지만, 오랫동안 신앙을 당연시해온 경험 덕분에 종교적 언어와 서사에 깊이 익숙하다. 이러한 배경은 그의 작품 전반에 은밀하게 스며 있는 내러티브 감각과 긴밀히 연결된다. <주어진 페이지> 연작에서 이동혁은 계시와 예언이라는 종교적 서사의 구조를 빌려 이미지와 언어, 신념과 재현 사이의 틈을 회화적으로 실험한다. 어린 양, 일곱 뿔, 일곱 눈, 네 모퉁이 등 요한계시록에서 발췌한 도상은 익숙한 신앙의 상징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그것을 실재하지 않은 이미지로 탈바꿈시킨다. 이 연작에서 도상은 더 이상 의미를 안정시키는 기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 감당할 수 없는 과잉과 누락, 왜곡을 품은 채, 의미의 균열을 증폭시키는 회화적 장치로 작동한다.

 

■ 이재석

이재석(1989-)은 사물과 신체, 자연과 사회, 삶과 죽음과 같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맞닿는 경계를 추적한다. 가시적이지 않지만 분명히 작동하는 연결 구조들, 감각 너머의 체계를 시각화하는 데 집중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포착한 이미지와 자전적 기억에서 기원한 도상들을 병치하고, 캔버스 위에 수직·수평의 그리드를 상정해 그것들을 질서 있게 배치한다. 이 질서는 단순한 배열이 아니라 해체와 재구성의 서사다. 활동 초기부터 작가는 인체와 기계, 감정과 사물이라는 대립항들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과 충돌을 탐색해왔다. 군대에서의 부상 경험은 이후 회화적 사고의 출발이 되었으며, 파편화된 육체와 조립된 부속들을 하나의 하이브리드 구조로 재탄생 시키기도 하였다. 그의 회화에서 병치는 불협이 아니라 새로운 생성을 위한 도발적 장치다. 최근작들은 전지적 시점에서 모든 위치가 동시에 활성화되는 비선형적 지도이자, 감각·기억·기호의 레이어가 적층된 매트릭스의 평면이다.

 

■ 임노식

임노식(1989-)은 자신이 공기, 사이, 틈을 그린다고 말해왔다. 투명 오일 파스텔로 스트로크를 만들거나 대상을 지우는 자신의 제스처를 틈을 그리는 행위라고도 생각해왔다. 그런데 최근 작가는 이러한 제스처가그리기보다는지우기를 통해 남기고 있었던 것이라고 여긴다. , 공기나 틈을 재현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지우는 행위의 여백 속에 그것들을 남겨두고 있었던 것으로 인식한다. 이미지를 수집하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대상과의 거리를 인식한다. 그러나 실제로 회화로 그리는 과정 안에서 작가와 대상은 하나의 장 안에서 얽혀 들기 시작한다. 관찰자와 대상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고, 같은 평면 위에서 점차 서로를 덮고 흐려지며 소거되고 결국 남는 것은 공간, 관계, 얽힘 그 자체가 된다. 그 안에는 공기와 온도, 시간과 경험이 얽혀 있으며, 그리는 행위는 결국 주체와 객체, 거리감, 제스처, 스트로크, 회화성, 심지어는 예술가로서의 자신마저도 지워내려는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고백한다.

 

■ 정수진

 

정수진(1969-)은 회화의 색채와 형상의 단위가 곧 의식의 단위라고 생각한다. 그는색채와 형상이 어떻게 작동해 인간의 의식을 가시화하는지를 분석하고자『부도이론: 다차원 의식세계를 읽어내는 신개념 시각이론』(2014)을 출간하여 색채와 형상 단위로 그림을 읽는 독자적 이론을 만들었다. 그는그림이 현실계에 대한 복제가 아님을 알면서도 우리는 현실을 기준 삼는다고 지적한다. 그에게 형상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인식의 구조를 드러내는 도식이다. 또 형상계는 사물의 존재론적 차원이 아니라 사물에 접근하는 수많은 인식적 관점이 교차하는 장이다. , 정수진에게 형상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과 사고를 조직하는 구조이며, 평면은 2차원의 기하학적 표면이 아니라 의식이 차원이 투영된 장소다. 그는 회화의 표면, 질감, 붓질이 감정 표현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의식 구조에 대한 감각적 표상이라고 본다. 인식이 곧 차원의 경험이라는 작가의 입장은, 형상이 단지 대상의 외형이 아니라 차원적 사고의 경로를 제시하는 지표이며, 인식의 작용이 감각적으로 환기되는 방식임을 주장하는 것이다.